'서북병원 체험학습 소감문’
환자와의 공감이 치료의 시작이다!
대전대신고등학교 남민식, 장호민, 김형섭, 임경생
의학 동아리 회원으로 병원 체험 기회를 찾고 있던 저희들의 희망을 받아 주신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원장님의 지도로 지난 1월 21일 ‘시립병원 결핵환자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위한 사례연구’라는 주제로 서북병원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결핵’이라는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낯설었고 ‘그냥 후진국에서 생기는 전염병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기에 앞서 저희는 결핵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하고 결핵진료지침을 간략히 읽어 보았고 결핵이 얼마나 전염성이 심각하고 치료가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걱정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결핵약을 복용하여 객담검사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분 두 분과 만나 2시간 30분 동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하듯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주제는 크게 2가지로, ‘결핵환자로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와 ‘성공적 치료에 기여한 요인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저희는 결핵환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주변 사람 중 결핵을 앓은 사람이 없었기에 병원 방문 전 문헌 탐색에서는 ‘결핵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구나.’라는 그저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결핵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께서 서북병원을 찾아오시기 전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을 방문하여 유명한 의사선생님들께 특진을 받기 위해 찾아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환자분이 결핵에 걸리셨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하게 벽을 향해 환자분을 앉혀놓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빨리 진료를 끝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그 뿐 아니라 환자분께서는 직장에서 퇴직 권유를 받아 퇴직할 수밖에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결핵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이토록 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자분께서는 본인이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셨다고 하셨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결핵치료에 가장 중요한 일차약인 아이나와 리팜핀이라는 약제에 모두 내성을 보이는 결핵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더 독성이 강한 약제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환자분께서는 과거에 결핵을 앓으신 적이 없는데도 어느 날 감염원을 알 수 없이 다제내성 결핵에 감염되셨다고 합니다. 환자분께서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은 타인의 무책임에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계셨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이렇게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도 모르는 억울한 다제내성 결핵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억울하게 다제내성 결핵에 걸려 대형병원에 찾아간 환자분은 대형병원 의사선생님들의 부당한 대우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현재 서북병원에서는 매우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왜일까요? 답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바로 환자분들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많은 결핵환자분들이 독성이 강한 약제 때문에 부작용을 겪고 있고, 부작용에 관해 잘 모르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결핵에 걸려 마음이 허약해진 분들의 두려움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부작용이 왜 발생하는 건가요?’라는 물음에 ‘그거 원래 그런 거에요.’라는 성의 없는 대답은 환자분들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고, 두려움을 더 커지게 할 것입니다. 사실 환자분들이 원하는 대답은 ‘이 약제는 무슨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 거에요. 약을 복용하는 게 고통스러워도 안심하고 약을 복용하시면 금방 치료될 거에요.’라는 따뜻한 공감의 말입니다. 환자분들에게 공감해준다면 환자분들의 마음이 치유되고, 스트레스가 줄어 약도 더 잘들을 것입니다. 저희는 환자분들과 공감한다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얼마나 위로가 되고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북병원에 방문하여 매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의대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들로서 만일 나중에 결핵환자와 같은 어려운 질병을 겪고 계시는 환자분들을 진료하는 의사가 된다면 환자분들을 대할 때 올바른 태도를 지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희는 환자분들을 형식적으로 대하거나 전염병에 걸렸다고 기피하지 않고 남들보다 환자분들에게 귀를 더 가까이 기울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을 진단하는 좋은 기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공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자분과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고, 먼저 다가가 챙겨주는 의사가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사입니다. 저희는 미래에 꼭 위의 가치들을 지키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누리게 해주신 서북병원 임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