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2022년 닥터서울 제3호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 최영아 진료협력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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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156-3381
수정일
2022-10-24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서울시립병원 숨은명의찾기 프로젝트, "2022년 닥터서울 제3호"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 최영아 진료협력센터장 인터뷰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 최영아 진료협력센터장 이미지

Q. ‘제3호 닥터서울’ 최영아 과장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다일천사병원, 요셉의원, 다시서기의원, 도티기념병원을 거쳐 2017년부터 서북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영아입니다.

 

Q. ‘노숙인들의 슈바이처’라고 불릴 만큼 오랜 기간 동안 노숙인 치료에 힘쓰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의과대학 예과 2학년 때 행려병자 200여 명 정도에게 무료 급식하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노숙인들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그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특별한 계기가 되어 그 이후부터 계속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에는 노숙인들이 경찰관이나 구급 대원을 동반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노숙인들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당시에는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자원봉사 할 때 구급 대원과 함께 동부시립병원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무 바닥으로 되어 있는 병원에서 이름도 없이 불상1, 불상 2 구분되어 노숙인들이 치료받는 모습을 보았고 청량리 시장 흙바닥에서 밥을 먹는 이분들이 과연 치료는 잘 받을 수 있는 걸까? 질병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치료를 어떻게 받는 거지?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며 노숙인들을 돌보는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노숙인 치료뿐만 아니라 주거지원, 생활지원, 교육 및 인식개선 사업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노력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상생활과 삶은 질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뿐만 아니라 주거, 생활, 교육 등 전반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라고 하면 질병과 치료에만 집중한다고 많이 생각하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삶과 일상생활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먹고, 자고, 씻는 공간이 주거입니다. 그리고 주거 공간 안에는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인 가족이 있습니다. 사람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주거라는 공간 안에서 가족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씻고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국가 정책, 사회 분위기, 무료진료, 주거, 생활 등 정말 많이 변했고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Q. ‘환자를 통해 의사가 만들어진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과장님이 환자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 경험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은 질병도 많고, 성격도 안 좋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기도 하고,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을 치료하면서 저는 의사로서 많은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여성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도 운영했었는데 그중 몇몇 분들은 현재 제가 근무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단체에서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서북병원에 근무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며, 어떤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계시나요?

A. 서북병원에 오기 전에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티병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2017년 5월 31일 자로 도티병원은 폐업을 하게 되었고, 도티병원 근처에는 은평의 마을, 평화로운 집, 은혜로운 집과 같이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던 병원과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도티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켜야 할 때 주로 시립병원으로 보냈었습니다. 평소에도 시설 환자치료에 대해서 공공병원에서 힘써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립병원 중 하나인 서북병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영등포 요셉병원, 다시서기의원, 은평의 마을등 제가 근무했던 병원들이 결국 이 사회에서 취약했던 환자들을 위해 진료하고 치료하는 곳들이었기 때문에 계속 공공의료를 위해 일했던 것 같습니다.

 

Q. 서북병원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원래 돌보았던 노숙인, 장애인, 불법체류자 등 취약계층 환자들을 서북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돌보길 원합니다. 저는 저의 열정과 시간을 쏟고 있는 일이 저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돈 말고 나는 과연 이 일을 하면서 무엇을 얻었는가 자주 스스로를 평가하고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러한 생각 끝에 저의 결론은 저는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던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받았으며 결코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의료는 구체적이며 전문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저는 의사 생활 내내 종합적이며, 전체적으로 보는 것을 많이 훈련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했던 경험들이 많았습니다. 노숙인 치료는 의사 혼자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훈련을 통해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서북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것이 쉽다고 느껴지기까지 했었습니다. 서북병원에 와서 제가 의사로서 훈련을 잘 받았고, 잘 배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최영아 과장님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A. 오늘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잘 배우면서, 즐겁게 하길 선택하려고 합니다. 저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길거리에 있는 노숙인들이 나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이 아니고, 내 주변에서 혹은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그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오늘을 즐겁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Q. 닥터서울 공식질문입니다. 위드코로나/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시립병원을 포함한 서울시 공공의료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그 속에서 서북병원의 역할 또는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지난 2년간 서북병원뿐만 아니라 시립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잘 돌보고, 방역도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에서 치료와 방역이 하나의 세트로 원활히 운영되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초기에 값비싼 렘데시비르주사(350만원), 렉키로나주사(80만 원)를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률은 0.1%이었지만,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사망률이 1~2% 높은 편이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 서북병원과 공공의료가 역할을 잘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얻은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네트워크와 협력입니다. 보건소, 민간 의료기관으로 전원, 구급차 등 병원 밖 많은 지역사회 자원들과 함께 협력하고 위기를 극복했던 것은 코로나 덕분에 얻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행처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발행일 2022년 6월
발행인 김창보
편집인 유창훈, 김다양
사진/인터뷰 협조 서북병원 허근행, 박경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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